Earthbound Children
안다르크
Tracklist
- 01 In the Egg
- 02 선택지의 하천 (The Selectable River)
- 03 메스, 패스, 데스! (Mess, Pass, Death!)
- 04 안녕 (Auld Lang Syne)
- 05 Stranger
- 06 Bomb, the Boss
- 07 나는 노스탤지어 (Homesickness)
- 08 In the Field
- 09 위대한 산책로 (The Great Promenade)
- 10 Close to Home (Credit)
About This Album
안다르크 [Earthbound Children] 하천과 3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아무도 올라가 본 적 없다는 미지의 장소, 산책로. 그 위에는 ‘Bomb’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산다는 소문이 돈다. 그 어떤 오리도 낯선 곳으로 쉽사리 올라갈 결심을 하지 못하지만, 용감하고 무모하게도 그 결심을 하고야 마는 아기 오리가 등장하는데.. 용감하지만 용감만 있는 오리는 새로운 곳으로 발을 디딜 수 있을까? 심곡천에서부터 산책로까지의 약 3m짜리 모험이 지구에서부터 우주로 이어지는 거대한 모험인 마냥 펼쳐진다! - 나는 안다르크의 정규 2집 [Earthbound Children]을 영웅기로 듣는다. 음반을 수식하기에 거창한 표현처럼 들릴 수 있겠다만, 이론적으로 틀린 부분은 없다. 빌런이 등장하고, 대결이 펼쳐지며, 이에 영향 받는 소시민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집을 떠나는 주인공’의 존재다. 이는 신동흔 교수가 저서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에서 정의한 내용이기도 한데, 나는 거기에 한 가지 역설을 더하고 싶다. 길을 떠났기 때문에, 비로소 집이 ‘집’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Earthbound Children]의 주인공 ‘오리’처럼 말이다. 아직 음반을 들어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부연 설명하자면, 여기에서 ‘오리’는 어떤 별칭이나 은유가 아니다. 하천에 살고 있는 한 마리의 새끼 오리다. [Earthbound Children]의 서사는 그가 알에서 부화하고, 길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다루는데, 그것이 마치 사춘기를 지나는 여정처럼 느껴지기도 하여, 작품 제목에 ‘Children’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단어인 ‘Earthbound’는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암시한다. 세속적이고, 상상력이 결여됐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형용사 Earthbound. 이는 작품에 등장하는 심곡천의 풍경이자 오리들의 세계에 어울린다. 성인 오리들은 위험하다는 경고로 어린 오리들을 가두고, 기어코 밖으로 나가서 봉변을 당한 이들을 비웃는다. 마치 우리가 지나온 중고등학교의 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다. 다시 영웅기로 돌아와 보자. 주인공 ‘오리’는 그동안의 세계에 안녕을 고하며 길을 떠나지만, 마침 산책을 나왔던 강아지(Bomb, The Boss)를 보고는 지레 겁을 먹어 돌아온다. 그 여정이 3m라는 구체적 수치로 묘사되는 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나, 나는 그 이면에 ‘재인식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오리에게 그동안의 삶은 Earthbound한 공간 속에서 Children으로서 보낸 시간이었다. 얼핏 보기에 두 단어는 비슷한 의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 작품의 타이틀이 [Earthbound Children]이 아닌 두 의미를 합성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라는 점이다. 그것은 작품의 주인공 '오리'를 지칭하는 a.k.a(Also Known As)가 아닐까? 3m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심곡천의 오리. 짧은 여정을 통해 그는 심곡천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집이란 걸 확인했다. 세계의 전부였던 공간이 집으로 전락한 순간, 그러한 재인식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진정한 힘을 얻게 되는 것으로 오리의 서사는 끝난다. 물론 안다르크는 그것을 경배하지 않는다. 작품의 후반부 트랙 '위대한 산책로'를 통해 이런 여정마저도 하나의 구전되는 이야깃거리에 불과하게 만든다. 우리는 거기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이런 이야기들이 어김없이 계속될 거란 점이다. 작품의 말미에 첫 트랙의 멜로디가 익숙하게 들려오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지나는 시간을 누군가가 겪어 왔고, 앞으로도 누군가 겪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알게 모를 위안이 된다. 진정한 영웅의 면모는 악당을 물리치기 이전에 시민들을 구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30분의 러닝타임 속에서 나에게 위안을 준 이 오리를 나는 영웅으로 칭하고 싶은 것이다. 본인의 A.K.A와도 같은 Earthbound Children인, 우리 모두를 위한. 류연웅 | 소설가 [Track List] 1.In the Egg 심곡천에 있던 조그만 알 하나는 천천히 부화합니다. 생명의 성장은 처음엔 빠르게 진행되지만 갈수록 같은 나날이 반복되며 정체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서서히 성장은 일어납니다. 반복되는 루프 위에 켜켜이 쌓여지는 글리치, 신스, 스트링처럼요. 2. 선택지의 하천 물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에겐 분명하게 들리는 말이 오리들에게는 낯선 언어로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바깥세상에 대한 용기를 고취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3. 메스, 패스, 데스! 낯선 예언에 불문율이 뒤흔들어지려 하고, 바깥은 위험하니 나가면 안 된다는 이들과 바깥은 진보한 곳이니 나가야만 한다는 이들로 나누어집니다. 언뜻 보기에 두 무리는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 같지만, 실은 놀랍도록 같은 본질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자신의 의견이 유일한 정답임을 인정받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4. 안녕 어디에도 속하기 싫었던 그는 일단 소리를 따라갑니다. 좁고 안전한 세상 속에만 있었던 이전의 시간에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5. Stranger 살던 곳을 떠나온 그는 설레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브레이크 속 간간이 들려오는 거리의 소리는 꽤 평범하게 들리지만,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6. Bomb, the Boss 하지만 결국.. 탐험을 가로막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존재는 그를 향해 거칠게 짖어댑니다. 그의 마음만큼이나 쿵쿵 울리는 북소리와 그를 놀리는 것만 같은 목소리. 7. 나는 노스탤지어 실의에 빠지는 찰나의 순간. 괜히 뭘 해보겠다던 여행이 끝나가네요. 8. In the Field 한편 다른 시야에서는 의외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 무시무시한 존재 또한 낯선 생물이 무서워 짖어댄 것이었습니다. 주인의 산책 에티켓 덕분에 속수무책으로 길은 비켜지고, 찰나의 순간이 민망하게 그는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9. 위대한 산책로 그날도 누군가는 떠난 이를 두고 열심히 의견을 설파하고 있었습니다. 감히 불문율을 어긴 존재에게 안전함이란 허락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올바른 전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떠난 이가 멀리서 다시 보이고.. 점점 그의 말에 집중하던 사람들이 떠나버리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영웅이 되어버리는데.. 10. Close to Home (Credit) 그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귀가는 일상적인 사건이지만 겪음 후에 발견한 집은 어딘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익숙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지만, 그 소리들이 겹쳐져 층을 만들어가며 결국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것처럼요. [Credit] Composed & Arranged by 안다연 Written by 안다연 (except track 4 written by 류연웅) Mixed by 안다연 Photography by 류연웅 Artwork By 안다연, 류연웅 Special Thanks to KIRARA(키라라)